몇 년 전, 제가 백화점에 의류매장 매니저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백화점은 항상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체 멤버십 카드 확충 대작전'이었어요.
🔔 새로운 미션: 카드 100장 발급!
어느 월요일 아침, 전 직원 조회가 소집되었습니다. 백화점 마케팅 팀장님이 마이크를 잡더니 엄청난 기세로 발표하셨죠.
"이번 주 목표는 각 매장별로 백화점 멤버십 카드를 최소 100장씩 발급하는 겁니다! 고객님들께 카드 소지 여부를 물어보시고, 없으시다면 바로 신청서를 받으세요. 신청서는 이번 주 토요일 저녁까지 제출하세요!"
그 목소리에서 '실적 미달 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졌어요.
👩🎓 자칭 명문여고 출신, 영자언니
저희 매장 옆에는 영자언니가 일하는 의류 매장이 있었는데, 영자언니와는 점심시간마다 같이 식사할 정도로 친했습니다. 그녀는 참...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영자언니는 항상 자신이 우리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명문 여자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자랑했습니다. "나 명문여고 나왔어~"라며 으쓱대곤 했죠. 하지만 웃긴 건, '스피드', '멤버십', '핸드메이드'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는 거예요. 매장 직원들은 모두 그녀의 학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지만, 다들 의아해하며 넘어가곤 했죠.
📝 토요일, 마감의 날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고, 저는 부지런히 고객들에게 카드 발급 신청서를 받아 100장 정도를 모았습니다. 오후 5시쯤, 영자언니가 신나게 뛰어오더니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나 벌써 100장이나 받았어! 사무실에 제출하고 올게~"
그때 저는 영자언니가 들고 있는 신청서들을 힐끗 봤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영문이름란이 모두 비어 있었거든요.
❓ 영문이름? 그게 뭔데?
"언니! 잠깐만요. 여기 영문이름란이 다 비어있어요. 고객님들한테 영문이름 안 받으셨어요?"
영자언니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영문이름? 그게 뭔데?"
순간 저는 제 귀를 의심했어요. 명문여고를 나왔다는 사람이 '영문이름'이 뭔지 모른다고요?
"카드 발급할 때나 여권에 쓰는 영어 이름이요. 예를 들어 김영희면 'Kim Young Hee' 같은 거요. 언니도 있으시잖아요?"
영자언니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습니다.
"아, 그거~ 내가 알지! 내가 직접 적어줄게. 걱정 마!"
그러더니 자신의 매장으로 달려가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저는 안심하고 제 매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금방 처리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 충격의 순간
약 30분 후, 영자언니가 뿌듯한 표정으로 카드발급신청서들을 들고 왔습니다.
"다 했어! 이거 사무실에 제출해주면 안 될까? 나 지금 고객이 와서..."
저는 흔쾌히 서류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첫 장을 보는 순간, 제 눈이 튀어나올 뻔했어요.
'김영희' 고객의 영문이름란에는 'rla dudgml'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박지민' 고객의 영문이름란에는 'qkr wlals'이라고 쓰여 있었고요. '이수진' 고객은 'dl tnwls'...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이건...
🤯 명문여고 출신의 논리
"언니! 이거 뭐에요?!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이건 영문이름이 아니잖아요!"
영자언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영문이름 아니야? 컴퓨터에서 한/영 키 누르고 한글 이름 그대로 타이핑했는데?"
순간 저는 말문이 막혔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그것도 명문여고를 나왔다는 사람이...
"언니, 영문이름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김영희면 'Kim Young Hee'처럼 영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거예요."
영자언니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맞아. 니가 잘못 알고 있어. 우리 딸이 아이디 만들 때 한/영 이렇게 누르고 치는 거 다 봤어. 무슨 소리야! 어서 가져다 내!"
🤣 폭소가 된 백화점
논쟁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저는 한숨을 쉬며 서류를 들고 백화점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엔 누군가 숨이 막힌 것처럼 '크흑... 크흑...' 하더니, 갑자기 폭발적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하하하하!! 이게 뭐야!! 와, 대박!
사무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소리는 백화점 로비까지 울려 퍼졌고, 지나가던 다른 직원들까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들여다봤어요.
💭 오늘의 교훈
결국 그날의 '영문이름 대참사' 사건은 백화점 전체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더 웃긴 건, 영자언니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맞았다고 믿고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도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특별히 영어를 잘한다고 자신하는 분들 중에 이런 분 계시지 않나요? 저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배꼽이 빠질 것 같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영문이름 대참사'는 제 백화점 생활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네요. 영자언니는 명문여고 출신이라고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정작 '영문이름'과 '한글을 영어 자판으로 치는 것'의 차이도 몰랐던 영자언니... 오늘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죠?
📝 여러분의 경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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